좋은 시

나이 듦에 관한 시

one_step 2021. 11. 15. 23:40

누군가 인생의 시간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다고 했다. 

처음에는 아무리 풀어 사용해도 많이 남았다고 안심하는데, 화장지 심지에 다가오면 몇 칸 풀지도 않았는데 빨리 없어져 조바심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 땐 그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는데, 지금 다시 생각하니 역시 그러네.. 끄덕끄덕..)

 

나는 어린시절부터 호호할머니처럼 푸근하고, 따뜻한 할머니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아는 것은 많지 않아도 답답하지 않고, 말이 많지 않고 잘 들어줄 수 있는 편안하고 건강한 할머니...

만족스럽게 나이든다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20대에는 10대를, 30대에는 20대를, 40대에는 30대를, 50대에는 40대를..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의 아쉬웠던 부분이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온 마음을 다해 현재를 온전히 살아간다면 후회는 없을텐데...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어느 17세기 수녀의 기도 >


주님,
주님께서는 제가 늙어 가고 있고 
언젠가는 정말 늙어 버릴 것을 
저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십니다.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는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다 이용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에는 
친구가 몇 명 남아 있어야 하겠지요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을 향해 날아가는 
날개를 주소서

제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제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 가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들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 주는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마는 
적어도 인내심을 갖고 
참을 수 있도록 도와 주십시오

제 기억력을 좋게 해 주십사고 
감히 청할 순 없사오나
제게 겸손된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과 부딧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마음을 주소서.

적당히 착하게 해 주소서.
저는 성인까지는 되고 싶지 않습니다만
어떤 성인들은 더불어 살기가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마귀의 자랑거리가 될 뿐입니다.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뜻 말해 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주소서.

아멘!


< 난 부탁했다 > - 작자 미상

나는 신에게 나를 강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이룰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겸손해지는 법을 배우도록.

나는 신에게 건강을 부탁했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내게 허약함을 주었다

더 의미있는 일을 하도록.

나는 부자가 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행복할 수 있도록.

하지만 난 가난을 선물받았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도록.

나는 재능을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지만 난 열등감을 선물받았다

신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나는 신에게 모든 것을 부탁했다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지만 신은 내게 삶을 선물했다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도록.

나는 내가 부탁한 것을 하나도 받지 못했지만

내게 필요한 모든 걸 선물받았다.

나는 작은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신은 내 무언의 기도를 다 들어 주셨다.

모든 사람들 중에서

나는 가장 축복받은 자이다.

 


나는 왔구나, 온 곳도 모르면서.

나는 있구나, 누군지도 모르면서.

나는 죽으리라, 때도 모르면서.

나는 떠나리라, 갈 곳도 모르면서.

 

                   - 칼 야스퍼스